전라남도의 종합감사에서 확인된 “엉터리 평가로 26억짜리 용역 뒤바뀐 함평군청 전경


전라남도가 실시한 함평군 종합감사에서 드러난 또 다른 민낯은 바로 계약 행정의 총체적 난맥상이었다. 전문성과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협상에 의한 계약에서조차 규정을 무시하고, 점수를 조작해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계약을 체결하는 등 ‘편의적 행정’이 난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규정을 무시한 엉터리 평가

감사 결과, 함평군은 2022년 10월부터 2024년 7월까지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추진한 8건, 총 26억7천여만 원 규모의 용역 계약에서 심각한 위법·부당 사례가 적발됐다. 「지방자치단체 입찰 시 낙찰자 결정기준」은 정량평가 항목의 배점을 전체 배점의 30%를 넘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함평군은 이를 어기고 평가 항목을 임의로 조정해 특정 업체에 점수를 몰아주는 등 공정성을 훼손했다.

더 심각한 것은 연구용역 제안 평가 과정에서 3개월 이상 재직해야 인정되는 경력 요건을 무시하고, 재직기간이 미달된 직원에게도 평가점수를 부여한 사실이다. 재산정 결과, 원래라면 협상 1순위가 돼야 할 기관이 기회를 상실하고, 부당하게 점수를 받은 업체가 1순위로 올라서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발생했다. 결국 정당한 경쟁을 막아 행정의 신뢰를 뿌리째 흔든 셈이다.

군민들 “공정은 사라지고, 군청 제 잇속만 챙긴다”

군민들의 분노는 거세다. 함평읍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군청이 제 식구 챙기듯 규정을 무시하며 계약을 마음대로 주무른다는 건 군민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며 “26억 원이 넘는 예산이 엉뚱한 업체로 흘러갔다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주민은 “군민은 세금 내고, 군은 제멋대로 쓰고… 이게 행정입니까? 군청은 군민을 위해 있는 게 아니라 공무원과 특정업체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에서는 “이쯤 되면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조직적 비호와 특혜 의혹까지도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책임 떠넘기기 급급한 군청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평군은 “훈계 요구”와 “주의 요구” 수준의 미온적 조치에 그쳤다. 정작 피해를 본 건 군민의 혈세와 공정한 경쟁 기회를 빼앗긴 기관들이지만, 군청 내부에서는 이번 사안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내부 공무원조차 “감사가 있어야만 바로잡히는 행정 현실이 부끄럽다”는 자조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뢰 잃은 행정, 군수 책임은?

결국 이번 사태는 이상익 군수를 비롯한 함평군 수뇌부의 관리·감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행정의 기본인 계약 절차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법을 무시한 채 편의적·부실 행정을 반복하는 군정은 더 이상 군민의 신뢰를 기대할 수 없다.

군민들은 “군수는 도대체 어디 있었느냐”며 강력한 질타를 보내고 있다. 군정 책임자인 군수가 이번 사안에 대해 책임 있는 해명과 근본적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행정 불신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