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태

김앤장 법률사무소 금융·경제부문 전문위원

(전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국 수석검사역)

한국 증시가 코스피4000선을 넘어섰다. 아직은 불안하게 4000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지만, 분명 과거와는 다른 흐름이다. 불과2년 전만 해도 글로벌 긴축과 경기둔화 우려 속에서2200선까지 밀리던 시장이 이제는 사상 최고가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기술주와2차전지, AI 반도체 관련주가 주도하는 상승세에 개인과 외국인 자금이 동시에 유입되며‘코스피4000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그러나 이 랠리가 지속 가능한 대세인지, 아니면 지나친 기대가 만들어낸 또 다른 버블인지 시장은 여전히 논쟁 속에 있다.

상승의 근거를 찾기 어렵지는 않다. 세계적으로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이 가시화되며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회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부양 기조, AI 산업 확산, 반도체 수퍼사이클 기대감 등이 한국 기업의 실적 모멘텀을 자극했다. 특히 국내 대기업들이AI 인프라와 반도체 투자에 속도를 내면서 기술 경쟁력이 강화되고, 주주환원 정책도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단순한‘유동성 장세’를 넘어 ‘이익 기반 상승’으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버블의 그림자 또한 짙다. 일부 업종에는 미래 성장성에 대한 과도한 프리미엄이 반영되어 있다. 실적과 무관하게‘AI’, ‘로봇’, ‘탄소중립’이라는 이름만 붙어도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은 과거 닷컴 버블의 데자뷔를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완전한 회복세와는 거리가 있다. 내수 부진, 가계부채 부담, 수출의 지역 편중 등 구조적 리스크는 여전하며, 글로벌 성장률 둔화가 현실화될 경우 기업이익 전망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코스피4000은‘버블’과‘대세’의 경계선 어딘 가에 서 있다. 단기적 과열 가능성을 인정하되, 동시에 한국 기업 경쟁력의 질적 변화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거와 달리 이번 상승은 일부 테마가 아니라 수익성과 재무구조 개선, 시장 구조 변화가 맞물린 복합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낙관도 비관도 아닌‘균형감각’이다. 유동성의 파도를 타되, 실적과 기업가치의 방향을 냉정히 점검하는 태도만이 다음 사이클에서도 살아남는 길이다. 결국 코스피4000은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가를 묻는 거울이다. 기대와 현실, 유동성과 실적 사이의 긴장 관계 속에서 시장의 진정한 체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버블이냐 대세냐를 가르는 답은 숫자보다 기업의 질적 성장이 말해줄 것이다.

지금 투자자에게 필요한 질문은 “얼마까지 갈 것이냐”가 아니라 “상승의 근거가 누적되고 있느냐”이다. 속도보다 지속성, 기대보다 사실, 낙관보다 검증이 필요한 시기이다. 코스피 4000은 거품의 종착점도, 장기상승의 선포 지점도 아니다. 저평가 해소와 재가격화가 교차하는 과정에 가깝다. 확신이 아니라 냉정한 관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내용은 저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기관의 의견과는 무관함

박원태

김앤장 법률사무소 금융·경제부문 전문위원

(전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국 수석검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