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군청 전경

전남 함평군이 출향 기업인으로부터 전달받은 5,000만 원 기부금 처리 과정에서 행정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군은 “민간 통장일 뿐이며, 군은 집행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기부자의 상세 진술과 공무원이 보낸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군의 해명과 배치되는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군정 신뢰가 흔들리며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부자 김 모 씨에 따르면 2024년 5월 4일 기부금 입금 사실을 먼저 확인해 알려준 사람은 함평군 전산림과장 천 씨였다. 이후 군은 기부행사를 진행하겠다며 김 씨에게 통장과 약정서를 지참해 방문하도록 연락했고, 김 씨는 군청을 찾아 공식 행사에 참석했다. 같은 해 4월 11일에는 이상익 함평군수가 김 씨에게 직접 기부증패를 전달하는 기부식이 열렸으며, 해당 장면은 사진으로도 남아 있다. 기부 절차 초기 단계부터 군이 깊게 관여한 정황이 확인된 셈이다.

김 씨는 기부금 인출 과정에서도 군의 해명과 전혀 다른 설명을 내놓았다. 그는 “직접 내려가기 어렵다고 말하자 전산림과장이 ‘그러면 통장을 보내드릴 테니 인출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에 따라 인출했을 뿐”이라며 “내가 임의로 통장을 돌려받아 인출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렇게 판단됐다면 그것은 천 과장의 허위보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본지가 확보한 전산림과장의 문자 메시지에는 군의 공식 입장과 충돌하는 표현들이 포함돼 있다. 천 과장은 기부자에게 보낸 문자에서 “제가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돈을 빌리기 어려워 담보대출을 신청했고, 입금되면 바로 송금하려고 대기하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공무원이 기부금과 관련해 ‘책임’, ‘대출’, ‘송금’ 등을 언급하는 것은 행정 절차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례적 내용으로, 군이 밝힌 “행정 개입은 없었다”는 해명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함평군은 “해당 통장은 민간단체 명의였고 군은 소유권이나 집행 권한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입금 확인, 기부식 진행, 통장 전달 요청, 보관 과정, 인출 요청, 송금 언급 등 대부분의 정황이 군을 중심으로 연결되고 있어 군의 설명은 논리적 일관성을 잃고 있다.

기부금 처리 과정에서 요구되는 기본 절차도 상당 부분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부심사위원회는 열리지 않았으며, 세외수입 등록이나 회계 결재도 확인되지 않는다. 통장 보관과 반환을 둘러싼 공식 문서도 존재하지 않아 기부금 수령과 집행이 문자와 전화 등 비공식 방식에 의존해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사회에서는 “기부식은 군수가 직접 진행하고, 문제가 발생하자 군은 무관하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정상적인 보고 체계가 작동했다면 이런 혼선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군정 운영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번 사안은 함평 군수의 행정 책임과 리더십을 둘러싼 논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기부자 증언, 문자 메시지, 기부식 사진, 행정 절차 부재 정황 등이 모두 공개된 상황에서 이번 사안은 단순한 오해 수준을 넘어 행정 체계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행정 신뢰 회복을 위해 기부금 처리 과정 전반에 대한 사실 조사와 책임 규명, 보고 체계 점검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