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군

전라남도의 종합감사에서 함평군의 지하수 관리 실태가 사실상 마비 수준으로 드러났다. 군민의 식수·생활수와 직결되는 지하수 시설 대부분이 검사를 받지 않은 채 방치됐고, 허가기간이 만료된 개발·이용시설조차 연장 조치 없이 수년간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지역사회 충격이 커지고 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함평군은 2021년 3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지하수 개발·이용시설을 관리하면서 핵심 절차를 다수 누락했다. 특히 지하수법이 명확히 규정한 허가기간 만료 안내·연장허가·원상복구 명령 등이 전혀 이행되지 않은 사례가 57개소에 달했다. 그중 89%인 51개소는 ‘함평군 자체 시설’로, 군이 스스로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방치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하수 수질검사 부문은 더 심각했다. 검사 대상 730개소 중 682개소(93%)가 정기검사를 받지 않았다. 수질기준 부적합 여부를 확인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절차가 거의 대부분 이행되지 않은 것이다. 이 가운데 202개소 역시 함평군이 개발·이용자인 시설로, 군이 법에서 스스로에게 부여한 의무조차 지키지 않은 채 장기간 관리 부재 상태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수질검사 미실시는 단순 행정착오로 보기 어렵다. 음용수·생활용수·농업용수 등 지하수는 생활 전반과 연결되는 필수 기반이다. 검사주기(2년·3년 주기)가 명확히 규정돼 있음에도 이를 사실상 전면 방치한 것은 군민 안전에 직접적 우려를 낳는다. 전남도는 이 같은 심각성을 고려해 함평군에 ‘기관경고’ 조치를 내리고, 전수조사 및 관리체계 정비를 권고했다.

지역사회 반응은 거세다.

함평읍 주민 A씨는 “물 관리를 이렇게 하는 행정이 어디 있느냐. 군민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할 안전부터 챙기지 않은 것”이라며 불신을 드러냈다.

나산면 주민 B씨는 “수십 건이 아니라 수백 건이 관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말문이 막힌다. 이 정도면 단순 실수가 아니라 군정 기강 자체가 무너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엄다면 주민 C씨는 “지하수는 농사와 직결되는데, 검사도 안 하고 사용됐다면 문제가 없다고 누가 장담하느냐”며 군의 대응을 촉구했다.

또 다른 주민은 “군이 스스로 이용자인 시설까지 검사를 안 했다는 점이 더 충격적이다. 책임 있는 기관으로서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고 분노를 표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번 감사가 아니었다면 이런 사실을 군민은 평생 몰랐을 것”이라며 행정 공개성 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이번 사안으로 군민 불신은 크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지하수는 도로·건축·예산보다 더 근본적인 생활 기반이며, 수질 오염이나 허가 관리 부실은 중장기적 환경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파장이 크다. 행정 내부에서조차 “가장 기본적인 분야에서 이런 관리 부실이 드러난 것은 조직 전반의 관리체계가 흔들린 신호”라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전남도 감사관실은 사후관리점검 미실시, 허가기간 만료 방치, 수질검사 미이행 등 일련의 문제를 중대한 관리 소홀로 판단하고, 함평군에 대대적인 시스템 개선을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감사 조치만으로 실질적 개선이 이뤄질지는 지역사회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지하수 관리는 군민의 일상과 안전을 지키는 행정의 가장 기초이다. 그 기초가 무너진 자리에 신뢰는 더 이상 머물기 어렵다. 함평군이 이번 감사 결과를 단순 서류정비 수준으로 넘기지 않고, 실질적인 점검체계 강화와 관리 책임 재정립에 나서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