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군청 전경

전라남도의 종합감사에서 함평군의 정책 행정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함평군이 지난 4년간 수십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한 정책연구용역이 평가도, 결과 공개도, 활용 보고도 없이 서류더미 속에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의 기본을 무시한 채, ‘연구를 위한 연구’에 그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함평군은 2022년 2월부터 2025년 1월까지 47건(12억8,400만 원)의 정책연구용역을 수행했으나, 외부 전문가 평가를 단 한 건도 실시하지 않았다. 「함평군 정책연구용역 관리 조례」는 용역 완료 후 3개월 이내에 외부전문가 1명을 포함한 평가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군은 이를 전면 미이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44건(11억5,200만 원)의 용역 결과에 대해서는 활용현황보고서 제출과 홈페이지 공개 의무도 지키지 않았다. 조례상 6개월 이내 제출·공개해야 하지만, 어느 부서도 이를 수행하지 않았다.

결국 정책 연구가 행정의 방향 설정으로 이어지지 않은 채, 군청 내부에서 아무런 활용 없이 사장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책연구용역은 행정의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하지만, 함평군은 단순히 예산 소진을 위한 형식적 절차로만 인식한 것”이라며 “행정 책임성과 기획력 모두에서 심각한 공백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 반응은 냉담하다. 함평읍 주민 A씨는 “수억 원 들여 보고서만 만들고 활용 안 했다면 누가 책임질 거냐”며 “이게 군민 세금이라는 사실이 더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손불면 농민 B씨는 “말로는 혁신이라더니 실상은 책상 위 행정이었다. 군수가 책임지고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도 감사가 나와서야 이런 사실이 밝혀진 게 더 한심하다”며 “군민의 세금이 행정의 실험비용으로 쓰였다”고 말했다.

이번 감사 결과는 함평군의 행정이 얼마나 구조적으로 허술한지를 보여준다.

군정의 모든 업무가 조례와 규정에 의해 운영되어야 함에도, 부서 간 협조 체계는 무너졌고, 사후 점검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군민들의 공통된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은 명확한 해명이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향후 조례에 맞게 관리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할 뿐, 실질적인 개선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행정이 스스로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에게 돌아간다.

함평군의 정책 행정은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보고서로 남을 것인가, 정책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군민의 세금이 더 이상 종이 위에만 머물지 않도록, 군수와 간부진의 책임 있는 조치가 절실하다.

뉴팩트라인은 전남도 종합감사에서 드러난 함평군의 위법·부당 사례 총 69건 중 현재까지 10건을 보도했으며,

남은 59건 또한 끝까지 확인·추적할 것이다.

행정의 무책임을 기록으로 남기고, 군민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감시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