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이 추진하는 ‘영광형 키즈카페(공공형 실내놀이시설)’ 건립비가 무려 1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거센 반발에 휩싸였다. 특히 이 막대한 예산이 원전 인근 주민의 안전·환경 개선을 위해 쓰여야 할 상생사업비(상생기금)에서 충당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아이 키운다는 명분 뒤에 숨은 전형적 전시행정”이라는 격한 비판이 터지고 있다.
군은 “아이 키우기 좋은 영광”을 만들겠다며 치켜세우지만, 정작 사업 내용을 뜯어보면 과도한 건립비, 동떨어진 설계, 기존 시설 운영 부실, 상생기금 취지 왜곡, 운영비 부담, 인구유출과의 무관성 등이 한꺼번에 드러난다. 군민들 사이에서는 “군정은 예산만 있으면 무조건 건물부터 짓는 고질을 버리지 못한다”는 탄식이 쏟아진다.
영광군의 재정 운용 감각과 행정 방향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그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30억 원—전국 기준으로도 비정상적 고가
영광군이 밝힌 키즈카페 건립비는 130억 원이다. 그러나 이 예산에는 부지 매입비가 빠져 있어 실제 총사업비는 150억 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연면적 990㎡ 규모의 시설에 130억 원을 책정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부지 확보까지 포함하면 전국 지자체 실내놀이시설 중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
전국 중소도시에서 유사한 시설을 건립할 때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예산은 30억~70억 원 사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광군이 130억 원을 배정한 것은 “과다 산정”, “예산 부풀리기”, “탁상행정의 극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방 건축 전문가들은 “990㎡ 건물에 130억 원은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금액”이라며 “웬만한 문화센터나 스포츠센터 건립비와 비슷하다. 예산 산정의 기준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한다.
상생기금 투입—취지 왜곡 논란 ‘정점’
130억 원이라는 금액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예산이 상생사업비(원전 상생기금)로 추진된다는 점이다. 상생기금은 원전 지역 주민이 겪는 위험과 불편을 보상하고 안전·환경·복지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조성된 특별 재원이다. 군민의 폭넓은 공익을 위해 쓰여야 하는 돈이다.
그런데 군은 이 기금을 130억 원 규모의 키즈카페 건물에 투입하려 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군수 공약사업 실행에 상생기금을 끌어다 쓰는 모양새다. 주민들은 “상생기금의 목적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한다.
지역사회에서도 “상생예산은 군수 공약 홍보용 건물 짓는 데 쓰라고 있는 돈이 아니다”, “주민 안전·환경 사업은 뒷전이고 전시성 공약을 위해 기금을 끌어다 쓴다”는 비판이 거세다.
상생기금은 본래 도로·환경·안전시설 정비, 의료 취약 개선, 교육 환경 개선 등 군민 전체의 삶에 직결된 사업으로 사용돼야 한다. 그러나 영광군은 이런 기본 원칙을 외면한 채, 평가와 검증도 부족한 대규모 건립사업에 기금을 투입하려 한다. 이는 상생기금 운용 취지 왜곡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기존 시설도 운영 못하면서 또 새 건물 짓기
현재 영광군에는 이미 두 곳의 공공형 실내놀이시설이 존재한다. 한빛 에너지팜 키즈존(1,101㎡)과 청년육아나눔터(429㎡)이다. 문제는 이 두 시설 모두 개관 이후 운영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시설은 평일 중심 운영, 주말 제한, 야간 미운영, 전문인력 부족, 프로그램 부재, 안전관리 미흡 등 문제가 반복되어 왔다. 특히 부모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주말과 저녁 시간에는 사실상 이용이 어려워 ‘있는 시설도 제대로 운영 못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이 새로 짓겠다는 건물에 130억 원을 투입하는 것은 “운영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군정이 또 하나의 건물을 짓겠다는 전형적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불러온다.
지역 학부모들은 “기존 시설은 텅텅 비고 운영도 엉망인데, 그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130억 원짜리 새 건물을 짓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990㎡에 전동카·짚라인·트램펄린·축구장? 물리적 불가능
군의 계획을 보면 990㎡ 건물에 롤러스케이트, 유아놀이터, 맘카페, 전동카, 짚라인, 트램펄린, 실내축구장 등 다양한 시설을 담겠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설계”라고 지적한다.
실내축구장은 최소 25m 길이가 필요하고, 짚라인은 층고 7~8m가 확보돼야 하며, 전동카 구역은 넓고 기둥이 없는 공간이 필수적이다. 트램펄린은 안전거리 포함 최소 100㎡ 이상이 필요하다. 990㎡ 전체 공간을 고려해도 이 모든 것을 넣는 것은 불가능하다.
건축 전문가들은 “실제 설계 단계에 들어가면 대부분 삭제되거나 대폭 축소될 것”이라며 “군이 내세우는 구성표는 홍보를 위한 그림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군정이 실효성·안전성보다 홍보 효과를 우선시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군이 주장하는 ‘인구유출 방지’—근거도, 효과도 없다
군은 키즈카페 건립으로 인구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전면 부정한다. 인구유출은 주로 일자리, 교육, 의료, 주거 환경 등 구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놀이시설 하나로 인구가 늘거나 정주율이 상승한 사례는 전국 어디에도 없다. 이는 정책적 근거가 없는 단순 홍보”라고 강조한다.
영광군의 인구 감소는 의료 기반 취약, 청년 일자리 부족, 교육환경 저하, 주거 경쟁력 부족 등이 핵심 요인이다. 놀이시설이 부족해서 군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키즈카페 건립을 인구정책의 핵심 대책으로 내세우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운영비 폭탄—“건립보다 운영이 더 무섭다”
130억 원 건물을 짓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후 매년 발생하는 막대한 운영비이다. 인건비, 보험료, 전기·난방비, 놀이기구 유지보수, 안전 점검, 프로그램 운영비 등 수억 원 단위의 비용이 지속해서 발생한다.
전시행정 시설이 개관 후 몇 년 만에 방치되거나 폐쇄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반복되는 이유도 바로 이 운영비 부담 때문이다. 영광군도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운영 계획 없이 건물을 짓는 것은 행정의 가장 무책임한 방식”이라며 “군민 세금으로 책임지게 될 미생(未生) 부채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이들이 요구한 것은 ‘건물’이 아니라 ‘운영·프로그램·시간대 개선’
군은 아동참여위원회 의견을 근거로 내세우지만, 실제 아이들이 요구했다는 내용은 ‘놀이시설이 부족하다’가 아니라 ‘주말에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다양한 활동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접근성 높은 곳에서 방과후에도 놀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였다.
즉 아이들이 요구한 것은 건물의 신축이 아니라 운영 방식과 프로그램 중심의 개선이었다. 그러나 군은 이 의견을 왜곡해 “아이들이 원한다”는 명분을 만들어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 의견을 핑계로 130억 원짜리 건물을 짓겠다는 건 기만”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영광군이 지금 당장 멈춰야 할 것은 ‘건물 짓기 행정’이다
영광형 키즈카페 건립은 군이 주장하는 것처럼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군수가 공약 실적을 만들기 위해 상생기금까지 끌어다 쓰며 추진하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며, 운영 능력 부족을 새 건물로 덮으려는 잘못된 행정 방식이다.
지금 영광군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기존 시설 운영 정상화, 주말·야간 개방 확대, 전문 인력 확보, 다양한 프로그램 구축, 상생기금의 올바른 사용, 재정 우선순위 재정립, 군민 의견을 중심에 두는 행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군민들은 더 이상 보여주기식 행정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리고 묻고 있다.
“130억 원, 정말 아이들을 위한 돈인가?”
“왜 상생기금이 공약 건물에 쓰여야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군정이 아니라
군민들이 이미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