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일 영광군수


영광군이 추진 중인 ‘참조기 양식 산업화센터 건립 사업’이 네 차례 민간보조사업자 공모 실패 끝에 장세일 군수의 결정으로 군 직영 방식으로 전환되고, 부족한 사업비 약 100억 원을 원전상생기금에서 충당하는 방안까지 포함되면서 지역사회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영광군은 “기획재정부 승인 등 규정된 절차를 거쳐 진행 중인 사업”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군민이 요구하지 않은 사업을 군이 독단적으로 추진하며 공적 자금을 사용하려 한다”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역 주민 이모씨(53)는 “군민 누구도 요청하지 않은 사업을 군수 혼자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군민의 피 같은 상생기금을 마치 개인 돈 쓰듯이 투입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이 기금은 원전지역 주민의 안전·복지를 위해 국가가 마련해준 공적 자금이다. 사업 타당성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큰돈을 써버리려는 것은 군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참조기 양식센터 사업은 총사업비 160억 원 규모의 국가 공모사업이다. 국비 48억, 도비 14억4천만, 군비 48억, 민간부담 49억6천만 원이 포함된 형태로 시작됐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민간사업자 확보가 계속 실패하며 구조가 크게 흔들렸다. 영광군은 해양수산부 공모 당시 ‘부지 확보’를 조건으로 요구받아 2023년 염산면 봉남리 일대 2만9천 평을 약 27억 원에 선매입했다. 당시 군은 “민간사업자 선정 부담을 덜어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차 공모에 참여했던 업체가 자부담 능력 부족 등의 사유로 탈락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진행된 모든 공모가 무산됐다. 총 네 차례의 공모 과정 동안 단 한 번도 적격 업체가 나오지 않았고, 마지막 공모에 참여한 업체 A사 역시 평가 기준에 미달해 탈락했다.

이로 인해 “애초에 사업 구조 자체가 시장 현실과 맞지 않은 것 아니냐”, “군이 초기 사업 설계 및 수요 검증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영광군은 반복된 공모 실패 이후 사업을 포기하거나 축소하는 대신, 사업을 군이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해양수산부와 협의했다. 해수부는 사업 구조 변경에 대해 “취지와 목적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영광군은 기획재정부에 직영 전환 승인을 신청했고 기재부가 이를 승인하면서 사업 구조가 완전히 바뀌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군민 대상 공식 설명회나 공청회, 굴비업계 의견 수렴 등 최소한의 절차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굴비업계 관계자들은 “민간 참여 중심 사업에서 직영 전환이라는 큰 변화가 있었는데, 그 배경과 이유에 대해 군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며 “지역 수산업 관련 종사자들도 사업 정보를 언론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사업 방식 변경뿐 아니라, 재정조달 방식에 대한 논란도 더욱 심각하게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부담분 49억6천만 원이 사실상 사라지자 영광군은 사업 추진을 위해 약 100억 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했고, 이를 원전상생기금에서 충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방안은 군의회 일부 의원들이 동의하면서 추진이 확정되었으나, 원전상생기금의 취지와 목적에 비춰볼 때 논란이 폭발적으로 확대되었다.

법성면 주민 박모씨는 “국비나 도비도 결국 국민과 도민, 그리고 영광군민이 낸 세금이다. 공모가 계속 실패해 사업 추진이 어렵다면 애초에 사업을 중단하거나 예산을 반납하는 선택지도 있었을 것”이라며 “사업 변경의 책임과 판단 근거를 군이 군민에게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성 부족 문제도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다. 군 직영 추진이 가능한지 여부 자체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 부서의 한 담당 과장은 “군이 직영할 수 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참조기 양식은 고도의 전문기술과 양식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이며, 장기적으로는 스마트양식 기술을 보유한 민간업체와의 협력 또는 위탁 운영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주민들 사이에서 “군도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불러왔다. 특히 ‘직영을 하겠다’고 발표해놓고, 다시 ‘민간 위탁 가능성’을 언급한 군의 설명은 주민 혼란을 키웠다.

이와 관련해 지역 주민 강모씨는 “군에서도 결국 민간에게 위탁해야 한다고 인정한 셈인데, 그렇다면 처음부터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모 기준을 현실적으로 조정했어야 한다”며 “아무런 대책 없이 직영을 선언해놓고 부족한 비용만 상생기금으로 메우려는 방식은 주민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군이 전문성도 없고 운영 경험도 부족하다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위험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군의회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부 주민들은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의회가 오히려 행정 결정을 그대로 승인해준 것 아니냐”며 의회의 역할 부재를 문제 삼고 있다. 반면 군의회 측은 “법령과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했으며 이후에도 감시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두고 “사업 자체의 가치보다 행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설명 책임이 부족한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한다. 민간 공모 실패 원인에 대한 분석과 설명이 부족했고, 직영 전환의 필요성과 근거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으며, 원전상생기금 사용의 타당성을 군민과 함께 검증하는 과정이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또 사업의 성격과 규모에 비해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지나치게 부족했고, 사업 구조가 급변하는 동안 군이 소통을 게을리한 점도 여론 악화를 불렀다는 평가다.

참조기 양식센터 사업은 현재 설계·운영 모델 확정·위탁 여부 결정·굴비 산업과의 연계 전망·재원 구조 안정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다수 남아 있다.

주민들은 “군민이 원하지 않은 사업이라면 그 구체적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하고, 군민의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모씨(53)는 “행정이 설명보다 강행을 앞세우면 주민 신뢰는 회복되기 어렵다”며 “지금이라도 군이 군민에게 명확한 설명과 충분한 의견 수렴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광군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이번 논란의 향방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상생기금이라는 중요한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군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투명성·책임성·절차적 정당성이 지금보다 훨씬 더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