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되고 있는 대마산단 기숙사 매입 할려는 건물
전남 영광군이 원전 상생기금 약 오십억 원을 투입해 대마산업단지 인근 외부기업 기숙사를 매입하려 했던 계획이 지역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이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시작부터 석연치 않았지만, 결정적인 불씨는 군청 내부에서 흘러나온 한마디였다. 기숙사 매입과 관련해 군의회 특정 의원이 깊숙이 관여했다는 정황이 내부에서 직접 언급되면서, 이번 사안은 단순한 정책 판단 문제가 아니라 행정 체계 전체를 뒤흔드는 심각한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단 하나의 질문이 자리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기숙사인가.”
이 물음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이번 사업의 타당성과 필요성, 정책 방향과 공공성, 나아가 영광군 행정의 독립성까지 모두 겨냥하는 핵심 질문이다. 군민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중심에 둔 정책이 아닌지에 대한 의심이 깊어지고 있다.
기숙사 매입 논란이 폭발한 직접적 계기는 군청 내부 관계자의 발언이었다. 취재 과정에서 한 관계자는 “그 의원님께서 기숙사 매입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말했다. 공공정책의 진행 과정에서 정책의 필요성과 군민 이익보다 특정 정치인의 관심 여부가 먼저 언급됐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다. 행정이 아닌 정치가 사업 방향을 먼저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원전 상생기금은 본래 원전 인근 주민의 안전과 복지,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 목적 자금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살아가는 주민들이 더 나은 환경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설립 취지다. 그러나 영광군이 추진했던 기숙사 매입은 외부기업 근로자를 위한 것으로, 군민의 안전이나 복지와 직접적인 관련이 거의 없다. 더구나 기숙사를 필요로 하는 산단 기업이 직접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군이 나서서 상생기금으로 보완한다는 방식도 공공성 원칙과 충돌한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의원의 관심 표현이 공식적 논거보다 앞섰다는 정황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상생기금은 공공의 자산이며 그 사용에는 명확한 기준과 검증 과정이 필수다. 그러나 이번 사업은 사업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정책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치적 의중이 먼저 작동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행정이 어느 정도까지 이 사업을 검토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내부에서 특정 의원의 관심이 언급되었다는 사실은 행정 판단의 출발점이 이미 흔들려 있었다는 증거다. 상생기금 투입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논의하면서 공익성보다 정치적 신호가 우선했다면, 이 문제는 단순한 판단 착오가 아닌 구조적 문제다.
이번 논란은 영광군 행정이 정상적인 정책 결정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정책은 공익적 필요에 의해 기획되고, 검토·분석을 거쳐, 주민 의견을 반영하며, 의회를 통해 통제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 기숙사 매입 사안에서는 이러한 기본 원칙이 지켜졌다는 흔적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정치적 신호가 먼저 등장하고, 행정은 이를 따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정황만이 드러난다.
이는 지방자치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유형의 문제로 평가된다. 정치인이 행정을 압도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행정은 더 이상 공공서비스 제공자나 주민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이 아니라 특정인의 의중을 실행하는 도구가 될 위험이 생긴다. 특히 외부기업 기숙사 매입이라는 공익성과 거리가 있는 사업에서 정치적 신호가 직접적으로 작동했다면 사안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기숙사 매입의 명분으로 제시된 산단 인력 확보는 현재 단계에서 객관적 필요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다. 산단 기업이 기숙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자료도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고, 주민에게 어떤 실질적 이익이 돌아오는지도 설명되지 않았다. 더구나 기숙사 대상이 영광군민이 아니라 외부 근로자라는 점은 상생기금 취지와 직접적으로 충돌한다.
주민들의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주민들은 “기숙사를 왜 군이 사야 하느냐”, “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왜 군민의 상생기금으로 해결하려 하느냐”, “정치인이 개입했다면 이는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민 반응은 단순한 의견을 넘어 행정 신뢰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사안의 심각성을 더 키우는 것은 행정과 정치의 경계가 무너진 정황이다. 공공 행정은 정치적 중립성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이번 사안처럼 정치인의 관심이 정책 검토보다 먼저 언급되는 상황에서는 행정의 객관성과 독립성은 사실상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다. 특정 정치인이 기숙사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무엇인지, 산단 기업이나 특정 이해관계와의 연결고리는 없는지, 기숙사 매입 검토 과정에서 어떤 경로로 정보와 지시가 전달됐는지 등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논란은 영광군 행정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정치와 행정이 어떤 방식으로 얽혀 있는지, 공공예산이 어떤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는지까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주민들은 행정이 스스로 문제의 본질을 밝히지 않는다면 이 논란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며 책임 역시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결국 대마산단 기숙사 매입 논란은 한 가지 질문으로 압축된다.
“이 기숙사는 누구를 위한 기숙사인가.”
군민인가.
기업인가.
정치인인가.
혹은 이 과정 어디엔가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수혜자가 존재하는가.
이 질문에 행정은 명확히 답해야 한다.
그 답이 나오지 않는 한, 이번 논란은 영광군 행정의 신뢰 문제로 계속 남을 것이며, 상생기금의 취지와 지방행정의 공공성에 남긴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