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함평읍 읍내 인도에서 가동된 ‘쿨링포그’ 시설이 군민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미 여름 폭염이 한풀 꺾인 시점에도 인도 위로 안개성 냉각수가 무차별적으로 분사되면서, 주민들은 불편과 황당함을 동시에 겪어야 했다.
특히 이날 기온은 24도에 불과했다. 무더위와는 거리가 먼 선선한 날씨에 냉각수를 분사한 것은 군민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 행정의 단면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군민들은 “여름더위가 지났음에도 분사를 멈췄어야 하는데, 담당 공무원들은 상황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은 “솔직히 한여름에도 쿨링포그가 시원하다기보다는 옷만 젖어 더 찝찝했다. 군이 군민을 배려하지 않고 보여주기식으로만 운영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상가 주민들 역시 불만을 드러냈다. “시원함은커녕 옷이 젖어 불쾌하기만 하다. 세금을 들여 설치한 시설이 오히려 군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꼴”이라며 “이럴 거면 차라리 설치하지 않는 게 낫다”고 반발했다. 군민들이 기대했던 ‘더위 해소용 쿨링포그’가 계절감각조차 잃은 채 ‘불편 행정’의 상징으로 전락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행정의 구조적 무책임에서 찾는다. 기온 변화와 계절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가동하는 시스템, 그리고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공무원들의 무관심이 맞물리면서 주민 불편을 키웠다는 것이다.
군민 A씨(63세)는 “행정이 주민 목소리를 듣지 않으니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진다. 탁상행정은 이제 그만두고, 실제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다른 주민 B씨(57세)는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기계가 켜져 있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려 할까 두렵다. 책임자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쿨링포그 운영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공시설의 목적과 활용이 군민의 생활과 동떨어진 채 기계적으로 운영된다면, 앞으로도 비슷한 사례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함평군청이 군민 세금으로 설치·운영하는 시설이라면, 관리의 기본은 계절과 환경 변화에 맞춘 ‘현장 중심 행정’이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군민 사회는 이제 함평군청이 책임 있는 해명을 내놓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보여주기식, 겉치레 행정은 결국 군민 불신만 키울 뿐이라는 사실을 함평군청이 똑똑히 깨달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