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군 제29회 노인의날 기념 경로위안잔치 행사장

영광군 제29회 노인의날 기념 어르신위안행사 행사장

전남 담양군과 영광군의 ‘노인의날’ 행정이 극명하게 갈렸다.

담양군은 군민 중심의 참여형 행사로 어르신들에게 박수를 받았지만, 영광군은 의전 중심의 기념식과 행정 편의적 운영으로 어르신들의 불만이 폭발하며 “탁상행정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담양군(군수 정철원)은 지난 9월 19일 대덕면을 시작으로 12개 읍·면에서 제29회 노인의날 기념행사를 잇따라 개최했다.

행사추진위원회, 주민자치위원회, 이장단, 청년회, 여성단체협의회 등 지역 단체가 직접 참여해 준비와 진행을 맡았고,

행정은 예산 지원과 행정적 뒷받침에 집중했다. 군은 행사 전부터 안전관리, 주차, 이동 지원까지 세심히 점검하며 어르신들이 편안히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행사장에서는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공연과 지역 학생들의 합창, 봉사단체의 카네이션 전달 등이 이어졌다.

“군이 아닌 주민이 만든 행사”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담양군은 행정의 진심을 보여줬다.

행사에 참여한 한 어르신은 “정말 우리를 위해 준비한 자리라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반면 영광군의 노인의날 행사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행사 준비부터 진행까지 주관 부서인 노인가정과가 아닌 대한노인회에 전적으로 위탁된 가운데, 군청은 현장 점검이나 상황 파악도 하지 않은 채 “우리는 모른다”는 입장만 내놓았다.

행사 당일, 각 읍·면에서 버스로 동원된 어르신 수백 명은 오후 2시 이전에 영광스포티움에 도착했지만 의전 중심의 기념식이 길어지며 당초 2시 30분에 끝날 예정이던 일정이 3시를 넘겼다.

문제는 행사 진행이 지연됐음에도 어르신들에게 별도의 안내가 없었다는 점이다.

읍·면 직원들은 행사장에 도착하자마자 “3시 20분까지 버스로 돌아오셔야 한다”고 공지했다.

공연을 기다리던 어르신들은 불안한 마음에 공연 시작 전 버스로 돌아갔고, 결국 다수의 어르신들이 축하공연을 보지 못한 채 귀가했다.

기념식이 끝나자 군수와 군의원 등이 퇴장하면서 행사장은 어수선해졌고, 남은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어르신은 “우리를 기념식 1시간 동안 병풍처럼 세워놓으려고 데려온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노인의날 행사라고 하지 말던가. 가수김성환인가 온다고 해서 따라왔더니 자기들끼리 상 주고 인사만 했다”며 “노인을 위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음 선거 때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행사비가 수천만 원이 들었다고 들었는데 정작 어르신들을 위한 배려는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행정에서 조금만 신경 썼다면 공무원들이 ‘행사 끝난 뒤 저희가 직접 모시고 가겠습니다.

편안히 공연 보시고 불편하신 점은 말씀해 주십시오’ 이렇게만 안내했어도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며 “결국 태도의 문제”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해당 실과 공무원들은 “버스에서 그런 안내를 한 줄은 몰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군민들은 “그 말이 바로 책임 회피다.

현장을 몰랐다는 건 행정을 방치했다는 뜻”이라며 분노했다.

“행사가 늦어졌다면 귀가 시간을 조정하거나 안내라도 해야 했다.

그게 행정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행정의 명칭은 ‘노인의날 기념행사’였지만 정작 ‘노인’의 입장은 배제됐다.

행사장은 단체사진과 시상식, 인사말 등 의전 중심으로 채워졌고 어르신을 위한 공연과 휴식 공간은 부족했다.

어르신들은 “기념식은 길고 공연은 사라졌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군민들은 “담양군은 주민이 주인공이었고, 영광군은 행정이 주인공이었다”며 “같은 도내인데 이 정도 차이면 행정 철학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노인을 위한 행사에서조차 사람보다 일정이 먼저인 행정은 결국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행사 미흡이 아니라 영광군 행정의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노인가정과는 이미 법성포 단오제, 어르신 문화체험, 게이트볼대회 등에서도 운영 미숙과 관리 부재로 비판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감사나 재발 방지 대책은 한 차례도 없었다.

행사가 끝나면 모든 게 잊히는 ‘면피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담양군은 예산보다 진심이 앞섰고, 영광군은 예산이 있었지만 마음이 없었다”며 “결국 행정의 품격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고 말했다.

군민들은 입을 모은다.

“행사는 맡길 수 있어도, 책임은 맡길 수 없다.

행정은 형식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같은 노인의날, 두 지자체가 보여준 차이는 행정의 수준이 아니라 진심의 깊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