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태

김앤장 법률사무소 금융/경제부문 전문위원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국 전 수석 검사역


최근 우리나라의 환율 상승은 단순한 조정 국면이라 보기 어려울 만큼 짧은 시간에, 가파르게 진행됐다. 환율은 늘 오르내리는 지표지만, 이번 흐름은 속도와 범위 면에서 과거와 분명히 다르다. 문제는 환율 급등이 이제 금융시장 일부의 이슈를 넘어 우리 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환율은 경제의 결과를 보여주는 지표이자 동시에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는 촉매다. 지금의 환율 급등은 단순한 외부 변수의 영향이 아니라, 우리 경제가 안고 있던 구조적 취약성이 한꺼번에 드러난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너무 빠르게 오른 환율, 왜 위험한가?

환율 상승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상승 속도다. 경제 주체들이 대응할 시간도 없이 환율이 급변하면, 기업과 가계는 불확실성에 노출된다. 특히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할 경우 시장은 이를‘일시적 현상’이 아닌‘구조적 변화’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환율은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심리를 자극하는 신호가 된다.

실제로 환율 상승 기대가 형성되면 달러를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이는 다시 환율을 밀어 올리는 자기강화적 구조로 이어진다. 지금의 환율 급등은 이러한 심리적 전환점에 근접해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환율은 왜 오르고 있는가?

첫째 원인은 미국의 고금리 기조 장기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달러 자산의 매력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자금이 달러로 이동하면 달러 가치는 상승하고,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하락한다는 구조다. 둘째는 한·미 금리차 확대, 그리고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다. 중동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은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시키고, 그 결과 달러 강세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번 환율 급등을 외부 요인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국내 외환 수급 구조의 불균형이 분명한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급증이다. 해외 주식과 채권, 대체자산 투자 확대는 장기적으로는 자산 다변화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달러 수요를 만들어낸다. 문제는 이 흐름이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투자가 늘어날수록 원화는 지속적으로 달러로 전환되고, 환율에 상방 압력이 가해진다.

여기에 국내 수출 기업들의 외화 보유 선호 움직임이 더해지고 있다. 환율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강해질수록 기업은 달러를 시장에 내놓기보다 보유하려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공급이 줄어들고, 환율은 다시 상승한다.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어드는 전형적인 수급 불균형이 현재의 환율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환율 급등이 남기는 경제적 부담

환율 급등은 일부 수출 기업의 채산성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의 상승은 이익보다 부담이 더 크다. 수입 물가 상승은 기업의 비용 구조를 압박하고, 이는 결국 소비자 물가로 전가된다.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서민 가계의 체감 물가는 빠르게 악화된다.

또한 환율 불안은 투자 위축과 금융시장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 환율 리스크를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투자 결정은 보수적으로 변한다. 외국인 자금 역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빠르게 이동하며 시장 변동성을 키운다. 환율 문제는 단일 변수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물가·금융 안정성을 동시에 흔드는 복합 리스크다.

지금 필요한 대응은 무엇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환율 수준에 대한 단기적 논쟁이 아니라, 급등을 방치할 경우 발생할 연쇄 효과에 대한 인식이다. 단기적으로는 외환시장의 과도한 쏠림을 완화해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찾을 시간을 벌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외환 수급 구조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하다. 해외 투자 확대, 기업의 외화 보유 행태, 환율 기대 심리가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에서는 단순한 경기 회복만으로 환율이 안정되기 어렵다. 외환시장이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환율 변동성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야말로 환율을‘견뎌야 할 변수’가 아니라, 반드시 관리해야 할 핵심 리스크로 인식하고, 효과적인 수급 정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