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태

(전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국 수석 검사역, 현 김앤장 법률사무소 금융/경제부문 전문위원)


우여곡절 끝에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단순히 정치적 쟁점, 또는 기업의 회계나 지배 구조를 바꾸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변화라고 보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여기서는 상법 개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그것이 우리 일상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금번 개정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기존에는 기업의 이사가 “회사”에 대해서만 충실의무를 부담했으나, 개정안에서는 이사가 “회사 및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이사가 회사의 경영을 판단할 때 단순히 회사의 이익만 고려하는데 그치지 않고, 소액주주를 포함한 주주 전체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명시되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체로 주주의 권익을 더 폭넓게 보호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둘째로 기존의 사외이사라는 명칭이 독립 이사로 바뀌었다. 이는 경영진 및 주요 주주로부터 독립적인 기능 수행을 강조하고자 하는 취지이다. 아울러, 이사회의3분의1 이상을 반드시 독립 이사로 채워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이사회 의사결정에서 대주주 중심의 의결 구조를 완화하고자 하였다. 독립된 전문가들이 이사회에 더 많이 참여함으로써 기업 경영이 보다 투명해지고,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셋째로 모든 감사위원 선임에 이른바 ‘3% 룰’이 적용된다. 앞으로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에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하여3%로 제한하였다(기존에는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에 대해서만 적용). 최대주주가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사례를 방지하고, 감사위원회의 역할(이사회 견제 및 감사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게 되었다. 이는 결국 소수주주 보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넷째, 전자 주주총회가 의무화되었다. 2027년부터 일정 자산 이상의 상장사는 전자 또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주주총회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해외 주주와 소액주주들이 현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를 통해 주주들의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상법 개정은 기업 경영의 견제와 균형, 투명성 강화, 소수주주의 권리 보장 강화를 추구한다. 이는 단순히 기업 내부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기업의 투명성과 신뢰도가 높아지면 해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일자리 창출, 경제 성장 등 국민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기업 경영진은 회사 및 주주 전체의 이익을 생각해야 하므로, 한쪽에 치우친 의사 결정이나 이익 몰아주기와 부당한 관행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면 일반 투자자들은 투자회사 가치의 훼손에서 더 자유로워질 수 있고, 우리가 투자한 연금이나 펀드 등의 투자처는 더 안전해질 것이다. 더욱이, 전자주주총회가 의무화 됨으로써, 평범한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액주주들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회사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다만, 이로 인해 경영권 분쟁이 잦아지거나 기업의 소송 리스크가 커질 경우, 기업 활동이 위축돼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결국 이번 상법 개정에 있어 핵심은 투자자 보호와 기업 경쟁력 강화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다. 제도의 취지를 잘 살리되, 기업이 과도한 규제로 힘들어하지 않도록 보완 장치의 마련도 필요하다. 이러한 균형을 통해 새로운 제도가 제대로 정착된다면, 이번 상법 개정은 우리 자본시장의 체질을 바꾸고 한국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변화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다. 주주이든 소비자이든, 우리는 이번 변화의 직접적 수혜자가 될 것이다.

내용은 저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특정 기관의 의견과는 무관함

박원태 (전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국 수석 검사역, 현 김앤장 법률사무소 금융/경제부문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