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읍 영광기독병원 삼거리 인도


최근 영광군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가 이어지면서 협소한 인도를 점령한 현수막과 적치물이 보행자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군이 주관하거나 후원하는 축제와 행사 홍보를 위해 설치된 현수막은 가로등에 무분별하게 걸려 머리 높이까지 내려와 시야를 가리고, 좁은 보도 위를 가득 채워 보행자의 통행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기자가 23일 저녁 영광읍 주요 상가 밀집 구간을 직접 확인한 결과, 한쪽에는 현수막이 가로등을 휘감아 늘어져 있고 다른 한쪽에는 박스와 포장 자재가 쌓여 있어 유모차와 휠체어는 물론 일반 보행자조차 몸을 비틀며 통과해야 했다. 현수막 끝이 보행자의 얼굴을 스칠 정도로 내려와 머리를 숙이지 않으면 지나가기 어려운 구간도 다수 발견됐다.

주민들은 이런 위험천만한 상황이 단순한 미관 문제를 넘어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영광읍에 거주하는 32세 여성 A씨는 “공무원들이 현수막을 제작 의뢰할 때 현장 상황을 반영해 크기와 설치 높이를 조정하고, 주무 부서가 직접 점검까지 했다면 이런 위험한 설치가 그대로 방치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행사 홍보가 급하다고 주민 안전을 뒷전으로 미루는 행정이 너무 무책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은 “보도를 걷다 현수막에 머리를 부딪치거나 차량이 다니는 차도로 내려서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고가 나야 대책을 세우는 식의 탁상행정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주민들은 특히 “행사가 열릴 때마다 이런 현수막이 계속 설치돼 여름철에는 걸어가다 얼굴에 현수막이 스치면 더운 날씨 탓에 불쾌감과 스트레스가 배가된다”며 반복되는 불편을 하소연했다. 여기에 35세 여성 김모씨도 “유모차를 밀고 읍사무소를 갈 때마다 바람에 날리는 현수막이 얼굴에 스쳐 상당히 불쾌하다”며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보호자 입장에선 더욱 위험하다”고 토로했다.

인근 상인회 관계자는 “행사가 끝나도 현수막이 며칠씩 방치돼 시야를 가리고 교통사고 위험을 키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군청이 스스로 제정한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면 민간에도 불법 설치를 단속할 명분을 잃게 된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군청이 즉각 현수막을 철거하고, 제작 단계부터 현장 반영을 의무화하며 주무 부서의 현장 점검을 정례화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