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농읍에서 벌어진 ‘800만원 식사비 논란’.
처음 이 사건을 들었을 때 기자는 단순히
“또 행사 뒤풀이 자리에서 영수증 문제가 생겼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취재가 시작되고, 주민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이 사건은 단순한 식사 문제가 아니라,
영광군의 ‘이상한 결제 문화’가 한꺼번에 드러난 사건처럼 느껴졌다.
우선, 군민들은 800만원이라는 숫자보다
“50명이 넘는 사람이 아무도 계산하지 않고 나갔다”고 전해진 사실에 더 놀랐다.
그날 식당은 마치 ‘무인 결제 실험장’이라도 된 듯 조용했고,
계산대는 아무도 찾지 않았다.
군민들의 말에 따르면 이 장면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혹시 원래 이렇게 운영되는 자리였던 건가?”
라는 의문까지 불러일으켰다.
며칠 뒤 전해진 또 하나의 소식.
800만원 결제는 공기업에서 이뤄졌다.
이쯤 되자 군민들의 표정은 더 이상 놀람이 아니었다.
그저 허탈한 웃음이었다.
“아따, 우리 공기업이 이제 밥값도 담당하는가벼.”
“없던 부서 하나 생겼네. ‘식사비 지원과(科)’라고.”
물론 공기업은 공식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했다.
하지만 조용하면 좋을 줄 알았던 침묵은
오히려 군민들의 의심을 더 키웠다.
그리고 등장한 한 줄의 해명.
해당 의원은 본보 취재에서 이렇게 말했다.
“식당에 왔을 때 공기업 관계자가 보이지 않아,
지역 주민들과 소통도 하고 가까워지라는 의미로 불렀을 뿐입니다.”
군민들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정적에 빠졌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허허… 소통하려고 사람을 불렀는데,
왜 소통의 대가(代價)를 공기업이 냈다는 이야기만 남았는지 참 신기허네.”
풍자란 원래 현실을 비틀어 웃음을 만드는 건데,
이번 사건은 현실이 워낙 비틀려 있어서
별도의 풍자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또 하나의 논란은 해명 번복이다.
의원은 처음엔
“자신도 결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가,
나중엔
“기억해보니 5만원을 두고 온 것 같다”고 했다.
군민들은 이 해명을 두고 더 큰 의문을 가졌다.
“기억은 언제 업데이트되는 건가?”
“이런 중요한 날의 결제를 기억 못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정치인의 해명이 이렇게 ‘날씨처럼 변한다’면,
군민들이 날카로운 시선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
이번 취재에서 기자가 가장 크게 느낀 건
군민들의 목소리였다.
“이런 일이 이번만인 줄 아나?”
“예전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당께.”
“몇몇 의원들 때문에 다 욕먹는 거지.”
물론 이러한 이야기는 사실 확인이 필요한 제보다.
하지만 ‘제보 자체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지역사회가 느끼는 불신의 깊이를 알 수 있다.
군민들에게 이번 사건은 단순한 밥값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보기에
명확하지 않은 해명, 책임의 공백, 공기업 비용 처리라는 결과가
함께 뒤엉켜 있다.
정치인은 말로 신뢰를 얻고,
행동으로 신뢰를 잃는다.
군민들은 이번 사건에서
말과 행동 사이의 간극을 너무 뚜렷하게 보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군민들이 기자에게 던진 말이 있다.
“정치가 이렇게 편하다고 해서,
우리가 계속 아무 말 안 하고 살 순 없지 않겠소.”
그 말이 기자의 노트에 가장 무겁게 남았다.
800만원은 이미 결제됐지만,
이 사건이 남긴 숫자보다
군민들의 비판, 씁쓸함, 불신은 아직 결제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서 ‘사라진 것’은 돈이 아니라,
책임이었다.